을지로의 밤은 낡은 철제 셔터 뒤에 숨겨진 소음의 집합체입니다. 이곳의 클럽들은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영업 중인지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건물 지하에 자리를 잡곤 하죠. 손님들은 계단을 내려가며 퀴퀴한 습기와 섞인 정체 모를 향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려한 조명이나 디제이의 선곡 실력이 아닙니다. 저는 공기 질을 우선순위로 둡니다. 좁은 지하 공간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뒤섞여 땀을 흘릴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기 시설은 그야말로 재앙이니까요.
을지로 클럽 중 일부는 낡은 건물의 특성상 천장이 극도로 낮고 공기 순환이 거의 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집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숨이 턱 막히는 열기를 마주하면, 일단 한숨부터 나옵니다. 쾌적함을 즐기러 온 게 아니라 산소 부족을 견디러 온 기분이 들거든요. 제가 직접 둘러본 곳들 중에서는 그나마 천장 높이가 확보된 곳들이 그나마 나았습니다. 벽면의 결로 현상이 심한 곳은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오래 머물 수가 없더군요. 곰팡이 냄새는 어떤 비싼 칵테일로도 가려지지 않는 법입니다.
공간의 밀도와 소리의 공명도 따져봐야 합니다. 좁은 공간에 스피커를 과하게 배치하면 소리가 벽에 부딪혀 뭉개지기 십상이죠. 을지로의 작은 클럽들은 구조가 기형적인 경우가 많아서 특정 위치에 서면 저음만 둥둥 울리고 가사 전달이 전혀 안 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 공간의 설계 미숙에서 오는 피로감입니다. 좁은 지하에서 땀 냄새와 소음이 범벅되면, 그건 더 이상 문화 공간이 아니라 고문에 가깝습니다. 저는 쾌적한 45데시벨 수준의 환경을 선호하지만, 여기선 그저 귀가 먹먹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합니다.
결국 을지로의 클럽은 화려한 겉포장보다는 그 안의 환경이 얼마나 견딜만한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조명이 어두워야 분위기가 산다는 말은 다 옛날얘기입니다. 지금은 얼마나 쾌적하게 숨을 쉬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입니다. 분위기에 취해 환경을 무시하고 싶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옷에 밴 눅눅한 냄새를 맡고 나면 제 평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이 바닥은 낭만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결국 관리의 영역입니다. 관리되지 않는 공간은 아무리 빈티지한 감성을 내세워도 결국 쇠락하게 마련이니까요. 가벼운 주머니로 밤을 보내기에 을지로는 매력적이지만, 그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최소한 숨을 쉴 수 있는 곳인지부터 살피는 편이 좋을 겁니다.